여행이야기

소래산-성주산(2023.02.12)

털보나그네 2023. 2. 12. 16:22

소래산-성주산

2023년02월12일 일요일

코스:시흥 대야역-숨쉬는 놀이터1호-850계단-소래산-성주산-소내골쉼터-숨쉬는놀이터1호-시흥대야역

거리: 10.14km

시간: 2시간54분13초(휴식:03분01초)

평속: 3.5km/h

기온: -2.0/7.0℃

오후에 볼일이 있어서 가까운 동네산이나 다녀오기로 했다.

혹시 일출을 볼수 있겠나 싶어 아침일찍 집을 나섰는데 잔득 낀 구름에 가려 해돋이는 포기.

오늘은 기도산행이다.

850계단을 오르며 간절히 기도를 올린다.

숲속의 나무들을 자세히 보라.

아무것도 안하고 서 있는 것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를 주도하기위해 불철주야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땅속깊은 곳에서 물길을 찾아 물을 마셔 가지끝까지 끌어올려 보내고,

햇살을 만나고,이슬을 만나서 나무가지 끝으로 영혼을 부른다.

바람이 전하는 말과 새가 전하는 말, 그리고 밤하늘의 별님이 전하는 말을 듣고 전한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명체들과 교감하며 함께 공생공존하고 있다.

찰라의 순간도 놓치지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고 해가진 밤동안에도 분주한 삶을 살고 있는거다.

처절하도록 아프고 힘든 시간도 있고, 환희와 축복의 시간도 있다.

그러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소래산정상을 거처 성주산정상까지.

그리고 소내골쉼터를 지나다 겨울에도 푸른 솔이끼를 보았다.

이끼세포에는 부동액(페놀화합물)이 있다고 한다.

겨울철에도 잠들지 않고 일년내내 광합성을 이어간다.

4억 5천만 년 전에 물에 살던 녹조류로부터 육지로의 삶을 처음 선택한 지구상의 녹색 개척자가 바로 이끼다.

이끼가 앞으로 친환경산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사실...

이끼를 구경하다 머리위에 생강나무를 발견했다.

어느덧 꽃눈이 달려있다.

봄은 어느날 갑자기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언땅녹여가며 조금씩 조금씩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여 이루워낸 노력의 산물이다.

그 노력을 안다면 꽃가지하나 함부로 할 수가 없을 것이고 여사로 볼 수가 없을 것이다.

 

 

 

 

 

겨울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조병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