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달리나요?
2010년8월15일.
일요일아침 05시30분,
눈을뜨고 밖을 보기위해 베란다로 나갔다.
어제 저녘에 바람이 몹시불고 천둥번개가 치더니 금방이라도 비가 올것 같은데 비 오는 걸 못보고 잤다.
거리가 젖어 있는 것을 보니 비가 오긴 온 모양이다.
하지만 잿빗하늘과 소래산의 운무가 더는 비가 오지 않을 것 같다.
어제 저녘 가족과 함께 낙지덮밥을 먹고(엄청 매웠다) 곁님이 빙수를 먹고 싶다고 하여 오랜만에 과일나라에 가서
눈꽃빙수와 초코빙수를 시켜 4식구 서로 머리를 부딪히며 맛나게 먹었다.
아침에 속이 별로 좋지않아 화장실 몇번 들락거렸다.
옷을 챙겨입고 인천 대공원으로 갔다.
역시 달림이들이 많이 나왔다.
도로에는 간밤에 불었던 바람탓에 마른가지들이 떨어져 널려 있어 피해 다녀야 했다.
이제 8년동안 거의 매 일요일마다 나오다보니 얼굴들이 낮익어 말은 서로 나누지 않지만 대부분 아는 얼굴들이다.
그중에 몇몇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지나치기도 한다.
한참을 뛰어가는데 뒤에서 한 아줌마가 내 뒤를 따라온다.
뒤를 곁눈으로 보았지만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도 여자니 기분 나쁘지는 않지만 신경이 쓰인다.
후문을 나와 언덕마루를 지나는데 앞에서 술취한듯 머리에 모자는 뒤로 쓰고 두손엔 벗은 신발를 들고 비틀거리며 내게로 다가오더니 '왜 달리세요?'라고 묻는다.
나는 '...그냥 달려요 ㅎㅎㅎ'그리고는 지나쳐 왔다.
조금 뒤에, 뒤에서 '같이가요!'하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나에게 그런건 아니겠지 생각하고 뒤한번 돌아보곤 계속 달려갔다.
공수부대옆에 있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있는데 뒤따라오던 아줌마가 오면서 하는말이...
왜 불렀는데도 그냥 가냐고 한다.
....ㅎㅎㅎ.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만약에 그 아줌마가 좀더 예뻣거나 좀더 젊었어도 내가 그랬을까?
ㅎㅎㅎ 그러고 보면 나도 속물인가 보다....이런 생각이 든다.
되돌아가는 길에 아까 그친구가 반대편 길가에서 비틀거리며 서성대고 있다.
뛰는 사람들에게 또 묻겠지? 왜 달리냐고...나처럼 술이나 먹지...ㅎㅎㅎ.
나는 정말 왜 달리는걸까?....
아마도... 행복해 지려고 8년전부터 지금까지 달려왔던게 아닐까?
그리고 나는 얼마나 더 달려갈 수 있을까?
어느날, 기력이 다 떨어져 달리지 못하고 주져앉을 그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기전까지 열심히 달리자.
수사네 룬뎅 - 당신의 소중한 사람 /노르웨이민요.
당신 곁의 소중한 사람 혹은 귀한 이가 되게 하소서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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