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청계산-대공원 원점회귀
2023년05월21일 일요일, 소만(小滿)
코스: 대공원역2번출구-과천매봉(응봉)-이수봉-석기봉(망경대)-청계산매봉-옥녀봉-대공원역
거리:15.1km
시간: 6시간54분08초(휴식:45분12초)
평속: 2.5km/h
기온: 15.0/21.0℃
신록이 우거진 5월은 1년중 청춘지절에 해당한다.
청춘으로 살고싶다.
흘러가는 세월이야 어찌할 수야 없지만 마음만은 청춘으로 살아야 겠다.
그래서 오늘은 청춘의 마음을 찾기위해 산행지를 청계산으로 정했다.
5월은 풍요롭다.
만물이 생장하니 온천지가 그득하고 풍성하다.
오늘은 소만,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해가 길어져 요즘은 5시에도 어둡지않고,오후8시가 되어도 어둡지가 않다.
왕성하게 자란 초목으로 영혼의 곳간까지 푸르름이 그득하다.
어제는 오랜만에 인천대공원에 나가 13km를 뛰였더니 다리가 뻑적지근하다.
이럴땐 많이 걸어야 빨리 풀린다.
그래서 산행지를 청계산으로 정했다.
코스도,시간적으로도 부담이 없는 편이다.
집에서 나서는데 흐린날씨, 한차례 비가 내린흔적이 있다.
예보에는 비소식은 없고 흐리다가 개인다고 나와 있다.
그래도 혹시몰라 발길을 돌려 우산을 준비하기위해 집에 갔다왔다.
대공원2번출구, 편의점에는 막걸리가 '순희'밖에 없다.
원하는 것이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래보관하려고 생막걸리는 갖다놓지않는것 같다.
산길을 가는데 비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만 비를 맞지않았다.
숲이 우산역활을 해 주었다.
몇차례 비가 내리기를 반복하더니 멈췄다.
그 덕에 초목이 싱그러운 모습이고 향기도 좋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땀이 났다가 식어 버린다.
산행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것 같다.
청춘시절을 내어주고, 장년시절 또한 내어주고, 이제 중년의 끝뜨머리, 노년을 바라보면서...
이제 은근슬적 늙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늙음은 발걸음부터 오는 것 같다.
발거름에 기력이 딸려 자꾸 느려지고,덩달아 허리가 앞으로 쏠려 자꾸 가슴이 굽어진다.
'걷기'에 대한 성찰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허리를 펴고 앞을 보고 바르게 걷는 연습을 해야겠다.
흐느적 거리며 느긋하게 걷지말고 힘차게 빠르게 걷자.
언제부턴가 무의식적으로 자세가 흩어져 습관이 되려고 한다.
나쁜건 빨리 몸에 배어버린다.
작은 매봉을 힘겹게 오르고 이수봉을 향해 갔다.
오늘은 초파일도 멀지않았으니 청계사를 한번 돌아보고 가야겠다.
절고개에서 청계사로 빠졌다.
사찰에는 사람이 많다.
한바퀴돌아보고 우측편 오름길로 다시 산행을 시작, 급경사구간을 지나고 삼거리를 지나 이수봉에 도착.
단체산행팀이 있어서 복잡하고 시끄럽다.
인증샷을 하고 빨리 빠져나왔다.
약간의 계단이 또 나를 기다린다.
알이 밴 허벅지가 계단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
석기봉에 도착, 정향나무가 보라색꽃을 활짝 피워놓고 절벽에 앉아있다.
향기마져 진동한다.
1개의 꽃을 옆에서 보면 '丁'자로 보이고, 꽃에 향기가 있어 '정향나무'라고 한다.
날씨가 맑지않아서 조금은 아쉽지만, 정상에서의 후련하고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다른 일행들이 올라와 자리를 비워주고 조금 내려가다가 바위를 등지고 점심을 먹었다.
멋진 풍경이 반찬이다.
만경대우회길을 돌아 혈읍재를 지나고 청계산매봉에 도착.
오늘은 사람이 많지않아 인증샷을 어렵지않게 했다.
계단길이 길다.
반대방향에서 올라오는 사람은 힘들것 같다.
옥녀봉을 지나 대공원으로 하산.
잘 조경된 대공원,호수는 산행을 마무리하는 중에 덤으로 받는 행복이다.
대공원역, 편의점에서 따듯한 아메리카노커피를 찾으니 없단다.
할 수없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잔 사들고 나와 마시고 전철을 탔다.
집에 거의 다 도착할 즈음에 와이프에게 카톡이 왔다.
시간에 쫒기지않아 마음적으로 여유롭다.
러브호텔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늘, 강연에서 한 유명 교수가 말했다
최근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 세 가지가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나는 온몸이 후들거렸다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내 몸 안이었으니까
러브호텔에는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교회와 시인 속에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는 것은
교회가 많고, 시인이 많은 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나는 오늘도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 문정희
-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 (민음사, 2001)
'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문산종주-양평역에서 용문역(2023.06.06) (0) | 2023.06.07 |
---|---|
동네한바퀴-은계지구우중산책(2023.05.28) (0) | 2023.05.28 |
관악산-석수역에서 사당역까지(2023.05.14) (2) | 2023.05.14 |
백련산-백운산[영종도](2023.05.07) (1) | 2023.05.14 |
동네한바퀴-봄비내리던 날(2023.05.05) (0) | 2023.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