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투구꽃

털보나그네 2013. 9. 28. 13:09

 

Lead Me on / Bobby Bland

 

 

 

 

 

투구꽃.  (놋젓가락나물)

 

투구꽃, 각시투구꽃, 세뿔투구꽃, 놋젓가락나물, 참줄바꽃, 지리바꽃, 이삭바꽃, 세잎돌쩌귀, 그늘돌쩌귀….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 전국의 깊은 산속에서 하늘색과 흰색의 예쁜 꽃을 피우는 초오(草烏)속(屬·genus)의 풀이름이다.

우리나라에 18종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200여 종 된다.

이름은 제각각 다르지만 투구를 쓴 듯한 모양의 꽃 생김새와 갈래 진 잎사귀가 어슷비슷해서 거기서 거기다.

다 자연에 기대어 살던 농경시대 옛사람들이 붙인 이름이겠다.

전문가들이나 야생화에 밝은 사람은 이들의 차이를 용케 구별해내는 모양이지만 눈이 어두운 필자는 다른 물체에 기대어 감고 오르는 넝쿨성에 가까운 것만 놋젓가락나물이라 식별할 뿐이다.

그 외에는 잘 모르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해서 그냥 다 투구꽃 또는 돌쩌귀라고 부른다.

이들의 덩이뿌리는 초오(草烏)라는 이름으로 통칭된다.

한약재의 이름이기도 한 초오는 미나리아재빗과의 놋젓가락나물과 등속 근연식물(바꽃류)의 괴근(塊根), 즉 덩이뿌리를 가리킨다.

 

 

 

전초(全草)를 그냥 초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절기상으로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쯤의 써늘한 가을날 산자락 여기저기서 꽃을 피우며, 그 꽃이 볼 만해 관상용으로 집마당에 심는 이도 많다.

한약재로 쓰이는 초오의 덩이뿌리는 그저 몸에 좋기만한 여느 약재들과 다르다.

위중한 병에 걸린 환자의 극심한 통증과 마비를 몰아내는 신통한 약이지만 한순간에 사람의 숨을 끊어놓는 무서운 독(毒)이기도 하다.

과거엔 임금이 추상같은 어명과 함께 내리던 사약의 재료로 부자, 비상 등과 함께 이 초오를 썼다.

만물을 숙살(肅殺)하는 서릿발 같은 기운으로 신경을 마비시키고 사지를 오그라 붙게 하는 맹독성의 독품(毒品)인 것이다.

고전에도 “대독(大毒)하다. 이를 달여서 고(膏)를 낸 사망(射罔)을 활에 묻혀 짐승을 쏘면 바로 죽는다”고 했다.

그래서 제대로 법제(法製) 않고 멋모르고 초오를 먹었다간 큰일이 난다.

요즘도 이 초오를 잘못 먹고 사망했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나온다.

 

 

 

치풍(治風)의 으뜸 오두

 

동의보감엔 “초오는 대독(大毒)하다.
풍한습(風寒濕)으로 인해 몸이 마비되거나 아픈 비증(痺症)을 치료한다”고 했다.   최근의 본초서들을 보면 ‘초오의 성미와 효능은 오두(烏頭)와 비슷해 한습(寒濕)을 몰아내고 풍사(風邪)를 흩어지게 한다’고 쓰고 있다. 또 ‘몸속의 양기를 살려내는 보양(補陽)의 효능은 부자(附子)에 미치지 못하지만, 풍을 치료하고 동통이 심하거나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을 고치는(去風通痺) 효능은 부자보다 우수하다’고 했다.

한습은 차고 습한 성질의 나쁜 기운이다. 한습이 몸에 있게 되면 피부와 근육과 뼈마디가 뻣뻣해지고 저리고 아프다.

습은 잘 이동하지 않으므로 통처가 일정하게 고정되는 경향이 있다. 만성적인 관절통이나 류머티스 관절염, 척추염과 근육통, 좌골신경통 등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통, 뇌혈관 파열 등으로 인한 편마비 등 각종 마비증상 등이 그 예다.

풍사는 바람처럼 잘 움직이는 성질의 사기(邪氣)다. 통증이 일정한 곳에 있지 않고 왔다 갔다 하며 돌아다닌다. 통증질환이나 마비, 중풍으로 인한 신체의 이상은 대체로 이 풍한습이 결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든 질환에 초오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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