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콩배나무이야기(2022.06.18)

털보나그네 2022. 6. 19. 00:24

콩배나무이야기

나는 오늘 운동을 마치고 산책을 하던 중애 공원 한 숲속에서 콩배나무를 만났다.

꽃이 지고 열매가 맺혀 잘 익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이뻐서 사진에 담아보았다.

그리고 좀더 알아보기위하여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인터넷에는 그동안 내가 알지못했던 콩배나무에 얽힌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다.

그중 두 이야기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모아보았다.

 

1.

『바로 이 나무』

션 루빈 지음, 보물창고 펴냄

『바로 이 나무』는 한 나무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다.

거대한 도시 한복판에서 자라는 나무, 고층 빌딩 사이로 재빨리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콘크리트에 떨어지는 비 냄새를 좋아하는 나무, 광장으로 숱하게 오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그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걸 보람찬 직업으로 삼은 나무, 해마다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모두에게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나무, 그 꽃이 하얀 눈처럼 소담스러운 바로 이 나무, 콩배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20여 년 전으로 한참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전 세계를 경악케 한 9·11 테러가 발발한지 지난해로 20주년을 맞았다.

2001년 9월11일,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자살 폭격으로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무너지면서 2,977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영상을 TV로 지켜본 세계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때 빌딩의 잔해 더미에 묻혀 있다가, 몇 주 만에 구조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생존자 나무(SURVIVOR TREE)’라고 불리게 된 이 나무는 심하게 손상되어 회복 가능성이 희박했지만, 치유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뉴욕시 한 공원의 묘목장에 다시 심어졌다.

과연 이 ‘생존자 나무’는 생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자신이 살던 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까?

바로 이 나무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준다. 더불어 9·11 테러라는 엄청난 비극의 여파 속에서도 한 도시가 치유와 재생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9·11 테러 직후, 무려 180만 톤이나 되는 잔해가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로 널리 알려진 세계무역센터 주변 지역을 뒤덮었다고 한다. 이 잔해 더미에서 발견된 ‘생존자 나무’는 뿌리가 끊어졌으며 가지는 불에 타고 부러져 회생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공원의 묘목장 사람들이 정성껏 보살핀 덕분에 새봄에 기적적으로 새순을 틔웠고, 가지에 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 부드러운 새 가지가 해를 향해 뻗었고, 봄마다 작고 하얀 꽃들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나무는 자신 내면의 힘과 지역 공동체의 보살핌과 지원을 통해 치유된 것이다. 그리고 9년이 지난 2010년 12월, 생존자 나무는 세계무역센터로 다시 돌아와 새 광장에 심어졌다.

그러는 동안, 테러로 파괴된 도시는 재건을 시작하여 원월드트레이드센터(ONE WORLD TRADE CENTER)를 비롯한 새로운 세계무역센터 빌딩들이 들어섰고,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는 영원히 비워져 9·11 테러를 추모하는 기념비와 기념관이 만들어졌다.

희생자를 기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을 위로하며 치유와 반성의 공간을 제공하는 이 공간에 ‘생존자 나무’가 돌아와 사람들이 평화와 희망을 찾는 상징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 션 루빈은 “생존자 나무를 고향 친구이자 이웃으로 여기”며 그림책 『바로 이 나무』를 쓰고 그렸다.

생존자 나무가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트라우마와 회복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공동체가 트라우마를 회복하는 방식이 바로 이 나무가 회복한 방식과 같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2.

‘감당지애(甘棠之愛)’란 옛말이 있다.

중국의 《사기》 연세가(燕世家)에 보면 주나라 초기의 재상 소공(召公)이 임금의 명으로 산시(陜西)를 다스릴 때,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귀족에서부터 일반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적절하게 일을 맡김으로써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그는 지방을 순시할 때마다 감당나무 아래에서 송사를 판결하거나 정사를 처리하며 앉아서 쉬기도 했다.

그래서 소공이 죽자 백성들은 그의 치적을 사모하여 감당나무를 귀중하게 돌보았으며 ‘감당(甘棠)’이란 시를 지어 그의 공덕을 노래했는데, 《시경》 〈소남〉 〈감당〉 편에 그 내용이 실려 있다.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베지도 마소

소백님이 멈추셨던 곳이니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꺾지도 마소

소백님이 쉬셨던 곳이니

우거진 감당나무 자르지도 휘지도 마소

소백님이 머무셨던 곳이니

이후 감당은 목민관의 소명의식을 비유할 때 수없이 인용되었다.

그렇다면 감당(甘棠)은 실제 무슨 나무였던 것일까? 2천 년 전, 그것도 남의 나라 시가집에 나오는 감당이 오늘날 무슨 나무인지를 알아내는 일은 간단치 않다.

그런데 팥배나무의 한자 이름이 감당이며, 당이(棠梨), 두이(豆梨)라는 별칭이 있다.

《물명고》에도 한글 훈을 붙여 ‘파배’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감당나무는 필자를 비롯하여 대부분이 팥배나무라고 번역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문헌과 일본 문헌 등을 참고하여 분석해보니, 감당나무는 간단히 팥배나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또 우리나라 이외에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감당나무를 팥배나무로 번역하지 않는다.

팥배나무의 중국 이름은 화추(花楸)로 감당과 관련된 이름을 갖고 있지 않다.

평범한 숲속의 보통 나무일 뿐, 팥배나무를 민가 근처에 일부러 심고 아껴야 할 귀중한 나무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수목지(中國樹木誌)》2) 를 살펴보아도 감당이란 특정 나무는 없으며, 감당의 다른 이름인 당이나 두이 등도 돌배나무나 콩배나무 등 배나무 종류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나무들은 열매를 식용하는 나무로서 이름으로 보나 쓰임으로 보나 팥배나무보다는 소공의 감당나무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일부에서는 능금나무라는 의견도 제시하는 등 감당나무를 과일나무로 보는 견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나무의 이런저런 특징 등을 고려해본다면 감당나무는 돌배나무 등 배나무 종류로 번역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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