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바람은
형체도 없이
정처도 없이
허공을 떠돌다가 사라지고
그 존재의 의미조차 무색한 바람같지만
알고 보면 바람에게도
그 출처와 경로에따라 그 종류도 다양하다.
부드럽게 부는 실바람,
나뭇잎이 남실남실 남실바람,
산들산들 산들바람,
선들선들 선들바람,
작은 물결을 일으키는 흔들바람,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에 불어오는 쌀쌀한 꽃샘바람,
가을에 으스스하고 쓸쓸하게 부는 소슬바람,
살을 에는 듯 몹시 찬 고추바람,
바다에서 뭍으로 부는 갯바람,
서쪽에서 불어오는 하늬바람,
북쪽에서 빠르고 쎄게 부는 된바람,
동쪽에서 부는 샛바람,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높새바람,
남쪽에서 불어오는 마파람,
방향 없이 이리저리 함부로 부는 왜바람,
세상 모든것들를 날려버릴것 같은 기세로 불어대는 칼바람
괴물같은 태풍과 토네이도
바람에게도 그 기운과 기세가 있고,
그 모양과 방향 , 결이 있으니
바람도 사람들 처럼
독자적인 존재감을 갖추고
가야 할 자신의 길를 가는 것이고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