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한영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고향은내사랑 / 봄날은간다
조용필은 슬픔을 단단하게 끌어 들이고, 장사익은 토해 낸다. 배호는 정제된 슬픔을, 한영애는 끈적하고 퇴폐미 넘치는 슬픔을 보여 준다. 김정호는 처절하다. 이토록 수없이 다시 부른 노래가 또 있을까. 한국 가요사가 얻은 최고의 절창이다. '봄날은 간다'는 시 전문지 조사에서,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랫말 1위에 뽑혔다. 시인들의 선망과 질투가 미루어 짐작이 간다.
봄은 다시 오지만 이 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와 나 사이에 바람 불고 꽃이 질 때, 물비늘처럼 반짝이는 이 세월이 그저 아득하고 망연했으리라.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당신, 이 봄의 한가운데에서 아직도 못다 한 마음이 남아 있나. 그대의 여리고 물기 어린 마음 위로 꿈처럼 봄날은 간다.[이주엽의 이 노래를 듣다가]에서 일부.
봄날은 간다-한영애
봄날은 간다-장 사익
장사익: 1949년 충남 홍성 출신으로 국악을 공부하신 분으로 KBS국악대상 대통령상등 다양한 국악관련 경연 수상을 받은 국악인이지만 직업을 40여개나 바꾼 후에 가수로 안착되었단다. 40대 중반 나이에 새로운 인생 여정이 꽃을 피운것이다. 장사익을 세상에알린 "찔레꽃 향기" 등 7개의 앨범을 발표 하였다
봄날은 간다 백설희 1954년 (1927-2010)
봄날은 간다-최백(2014)
봄날은 간다-주현미
이 노래 가사속의 "봄날"이란 이뤄지지 못한 사랑의 맹세에 잠시 취했던 지닌 날이나 인생의 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 노래는 꿈 많았던 젊은 시절과 힘든 인생 역정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나서 지난 날을 아쉬움으로 되돌아 관조할 수 있는 때가 되어야 안다고들 말한다.그것은 가사를 쓴 손 노원씨의 사연과도 연관이 있다.
연희전문 문과를 나온 부잣집 외아들이었던 그는 일제 말엽 2차대전 막바지에 내몰린 일본이 마지막 발악을 하던 시기에 징병을 피해 조선8도를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며 시를 쓰는 낭인으로 떠돌고 있었다.
한편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고향의 어머니는 자식의 처지를 애처롭게 이해하면서도 늘 염려하고 그리워 하셨다.그러나 홀로 힘든 농사를 감당하시던 어머니는 과로로 쓰러져 돌아가시게 되었다. 어머니는 "노원이가 장가가는 날 나도 시집올때 입었던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장롱에서 꺼내 입을 거다"라는 말과 함께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감으셨다.늦게야 묘소 앞에 엎드린 손노원은 53년에 어머니의 젊은 시절과 남기신 마지막 독백을 떠올리며 <봄날은 간다>를 작사했다.
가을을 쓸쓸한 계절이라 부르는 것은 낙엽에 대한 상념때문이고,온갖 꽃이 만발하는 따스한 봄날에 인생의 무상함과 세월의 슬픔을 느끼는 것은 짧게 피었다 떨어지는 꽃잎에 대한 연민때문일 것이다.김 영랑의 시<모란이 피기 까지는>에서도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이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고 읊고 있다.늦봄과 초여름은 서로 오버랩 되면서 임무를 교대한다. 순서대로라면 목련과 개나리 철쭉이 피고 진 후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면서 서서히 봄날이 마감되어야 하지만,자연에도 레임덕(lame duck)이란 것이 있는지 임기가 아직 남았는데도 지도력이 급격히 쇠퇴해지고 차기 실권자가 부상하는 인간사처럼 봄은 그렇게 쫓겨가듯 꽁무니를 빼고 사라진다. 인생을 봄에 비유한다면,인생은 목련이나 벚꽃처럼 잠시 화사하게 피었다가 이내 바닥에 추락해서 비바람 속에 찢겨지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존재이다. 연분홍 치마를 곱게 차려 입고 사랑하는 님과 함께 봄꽃을 "웃음으로"반기며 감상했고 꽃이 질때도 우리는 늙고 시들 때까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자고 "알뜰하게 "맹세했건만,봄날은 이내 스러지고 기약도 "실없이"잊혀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내용의 가사이다.우리들 각자는 인생의 봄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혹은 세월이 얼마나 지나면 인생의 봄날이 시들고 저물어 갈 것인지, 또는 몇번이나 더 봄을 맞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화가이자 작사가인 손로원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의 판잣집에 불이 나서 연분홍 치마를 입고 있던 어머니의 사진이 불에 타자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가사를 썼다고 한다. ‘봄날은 간다’는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 곁을 지키지 못한 불효자의 노래인 셈이다.
그래서 원고료보다 먼저 막걸리를 쟁겨서 '막걸리 대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
조국 광복의 기쁨을 노래한 '귀국선'을 시작으로 작사 활동을 시작한 손로원은 '휘파람 불며', '물방아도는 내력', '백마강', '잘 있거라 부산항', '비 내리는 호남선', '홍콩 아가씨', '님 계신 전선', '경상도 아가씨' 등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작사한 분이다. 지금부터(2017년) 38년 전, 뜻밖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한 손로원. 지나고 보면 사생(死生)이 그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노랫말을 작사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지금도 살아있으니 마냥 가슴 아플 일만은 아니다. 그의 노래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오늘도 울리고 있으니.(블러그에서 옴겨온 글)
개인적으로 나는 한 영애님이 부르는 '봄날은 간다'가 가장 듣기 편하고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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