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야기

개여울

털보나그네 2017. 12. 10. 15:30

개여울

김소월

노래 '개여울' - 정미조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 '개여울'은 소월이 배재고보 시절(1922년, 20세), <개벽>에 발표했다.

노래 '개여울'은 1972년 이희목이 작곡하고 정미조가 불렀다.


김 소월은 1934년 32세의 나이로 음독자살했다.
서른 둘의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한 시인은 죽기 이틀 전 자신의 아내에게 ​세상은 참으로 살기 힘든 것 같다 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시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견디기 힘들었던 그의 삶이( 개여울 )에서도 살며시 느껴진다.

당시개여울의 작곡가 이희목은 KBS 전속 신인가수 김정희의 담백한 노래가 애청자들의 큰 반응이 이끌어내자 1966년 아마추어 작곡가 콘테스트에 출품해 당당히 1등상을 수상했던 것.

그 인연으로 1967년 킹레코드에서 발매한 음반 속에 자신이 작곡한 그녀의 노래 개여울,파도,싹트는 오솔길,우리 집 자랑4곡을 실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음반 수록곡은 정식 스튜디오에서 취입한 음원이 아닌 방송용으로 녹음한 음원이다.
이희목 작품집으로 발매된 이 음반은 송춘희, 한명숙, 김정희 3명의 여가수 노래가 4곡씩 수록된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그동안 이 음반은 평범한 트로트 음반으로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송춘희가 재킷모델을 장식한 음반커버로는 김정희가 노래한 개여울등 4곡이 수록된 음반임을 눈치 챌 여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노래에 대한 언급 없이 비정상적으로 세상에 던져진 이 음반은 설상가상 가수 본인의 짧은 활동으로 사장된 비운의 음반이다.

노래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작곡가 이희목은 5년 후인 1972년,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한 대형가수 정미조에게 개여울과 파도2곡을 리메이크시키며 비로소 빅히트를 터뜨렸던 것.

김정희는 1945년 4월 26일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해방 이듬해 가족들과 함께 월남했다.
당시엔 잘나가는 첨단 직종이었던 운전기사를 했던 부친 덕에 전축과 금성 진공관 라디오와 자가용을 소유한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어른들이 즐겨 들었던 유행음악을 들으며 음악 내공을 수혈받은 그녀는 1963년 KBS 노래자랑대회를 통해 데뷔했다.
당시 2주 연속 장원을 한 여성과의 최종 대결에서 졌지만 그녀의 음악적 가능성을 본 심사위원 손석우의 추천으로 KBS 6기 전속가수로 선발되었다.
함께 음악을 시작했던 동기 중에는 내 이름은 소녀로 유명한 조애희가 포함되어 있다.
KBS의 전속가수 제도는 1964년 7기를 마지막으로 없어졌다가 1970년 자매듀엣 유리시스터즈에 의해 잠시 재가동되었다.
1964년 결혼을 한 그녀는 방송과 더불어 송민영악단이 출연한 미8군 장교클럽 김치카바나무대를 오가며 가수생활을 했는데 1968년까지 5년 남짓에 불과했다.
팝송을 주 레퍼토리로 활동을 했던 그녀가 대중가요 개여울을 처음 노래한 것은 1965년이다.

당시 KBS 직원이었던 작곡가 이희목이 김소월 시 개여울에 로맨틱한 멜로디를 담아 그녀에게 건넸다.
담백하고 고급스런 창법의 김정희 노래에 소녀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정희는 방송을 타고 노래가 나가자 신청곡 편지와 엽서가 방송국으로 쇄도했고 당시 KBS 라디오 인기가요차트에서 개여울은 4주 동안 연속 1등을 했다며 트로트가 대세였던 시기라 음반사들이 팝 스타일의 노래는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정식으로 음반 취입 제의를 받지는 못했다.

인기는 개여울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론 파도를 더 좋아했다고 전했다.
대중은 풍부한 성량으로 노래한 정미조의 히트 버전에 익숙한 것이 사실이지만 김정희 버전엔 화장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매력과 60년대의 낭만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두 버전에 대한 호불호는 청자의 몫이지만 오리지널이라는 역사성은 불변의 진리다.
70년대의 중요 가수로 기록된 정미조와 달리 오리지널 가수 김정희는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은 가수로 명암이 갈렸다.
하지만 뒤늦게 발굴된 그녀의 노래는 시대를 앞서가며 대중가요의 수준을 높인 자양분임을 웅변하고 있다.

은퇴 후 아동교육 사업가로 변신한 김정희의 못다 이룬 음악 갈증은 6국내 유일의 바로크 메탈 밴드 지하드의 리드기타리스로 수준급의 연주 실력을 뽐내고 있는 막내아들 박영수가 대신 풀어주고 있다.

 

정미조(1950~ , 가수, 화가, 교수)는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가수활동을 하다 1979년 파리로 유학, 1979~80년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에 수학한 후, 1980~83년 국립장식학교(파리) 졸업하고, 1983~83년 파리7대학 대학원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3년부터 현재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녀는 1972년 대학 졸업 후 TBC-TV(현 KBS2-TV)에서 'My Way'로 가요계에 데뷔하고, 그해 <개여울>·<그리운 생각>이 히트(<개여울>이 데뷔곡이라 할 수 있다), 신인 가수상을 수상하고 그 후 몇 년 간 10대 가수상을 수상. 1973~74년 <파도>·<오해>·<사랑과 계절>을 발표, 1975년 이장희 작곡의 <휘파람을 부세요>가 MBC-TV 금주의 인기가요 1위에 올랐으나 당국에 의해 금지곡으로 묶였다. 1976년엔 송창식 작곡의 <불꽃> 팬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할 때 이 곡 역시 금지곡 되었다. 1978년 일본 야마하 국제 가요제에 <이! 사랑이>로 한국 대표가수로 참가하여 가창상을 수상했다. 1978년 9월 TBC-TV에서 고별 콘서트를 가진 후 화가의 길을 걷기 위해 파리로 유학했다. <출처: 정미조 공식 사이트(http://www.jeongmijo.net), 일부 수정>

많은 사람들이 정미조의 노래로 알고 있던 "개여울"의 원곡자는 "김정희"이다. 이희목 작품집으로 1967년 발매된 이 음반은 송춘희, 한명숙, 김정희의 노래가 4곡씩 수록된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음반 자켓은 송춘희가 장식하며 자켓 앞면엔 가수"김정희"에 대한 정보는 찾을수가 없다.
이음반은 김정희의 짧은 가수활동으로 사장된 비운의 음반이자 노래이며 가수이다. 이 노래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작곡가 이희목은 5년 후인 1972년,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한 가수 정미조에게 "개여울"과 "파도" 2곡을 리메이크 시키며 빅히트를 터트린다.
 
(수록곡)
SIDE A
송춘희
1. 친정어머니
2. 잘해봅시다
3. 가시덤불
4. 열두번 보고지고
5. 사랑이 싹트는 오솔길 (김정희)
6. 우리집 자랑 (김정희)
SIDE B
한명숙
1. 으스름 달밤
2. 푸른 하늘
3. 파도 (김정희)
4. 개여울 (김정희)
5. 나그네 마음
6. 비가 나린다 

 

 

재밋는 것은 50여년이 흐른 2017년  당대 최고의 스타 뮤지션 IU(아이유)가 다시 리메이크 했다는 것이다. 좋은 음악은 세대를 초월하는것같다. 또 몇년후쯤 어떤가수에 의해 "개여울"이 리메이크될까 궁금해 진다.

정미조를 비롯하여 많은 가수들이 이노래를, 리듬을 달리하거나 악기를 달리사용하여 리메이크하여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취향과 기분에 따라서 어떤가수의 것이 더 가슴에 와 닿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아직 정미조가수를 넘어서는 리메이크는 없어 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나의 년대의 영향과 처음 듣고 감응했던 노래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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