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수련 [睡蓮, water lily]/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0번 .

털보나그네 2010. 8. 27. 23:51

 

 

수련 [, water lily]

2010년8월27일. 

 

물수(水)대신에 잠잘 수(睡)를 쓴 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녘에 져서 잠자는 연꽃이라서 수련(睡蓮)이라 했다.

 

 

연과 수련은 수생식물이면서 서로 유사하지만 차이점도 많다.


연은 줄기와 잎이 단단하고 강하여 바람, 빗물 등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수면 위 높이까지 올라올 수 있다. 그러나 수련의 줄기 및 잎은 부드럽고 약하여 일반적으로 줄기는 물속에 잠겨 있고 잎은 물표면 위에 떠 있다.

수련의 잎이 갈라진 이유는 잎이 받는 물리적 압력을 분산시켜 잎과 줄기를 보호하며, 잎이 물위에 잘 펼쳐진 상태로 떠 있기 위함이다.

즉, 잎이 작으며 얇고 갈라져 있음으로 바람과 빗물 그리고 물결의 힘 등을 쉽게 분산시키는 데 유리하다.

 

 

 

비교

(lotus-Nelumbo nuciera)

수련(water lily-Nymphaea tetragona)

잎의 지름이  50cm 이상으로 매우 크며 원형의 잎은 갈라져 있지 않다. 둥근 잎이 오목 하고 갈라진 곳이 없다. 물이 잎에 묻지 않는다.

수련은 잎이 V자 모양으로 갈라져 있고 크기는 지름이 20cm 내외 작다.

잎에  물을 뿌리면 물방울이 말리지 않고 잎에 묻어 버린다.

 

줄기

줄기엔 날카로운 가시가 많다.

줄기가 수면위로 1m 이상 솟아오른 뒤 잎이 벌어진다.

줄기에는 가시가 없으며, 영양이 풍부하여 세력이 좋은 경우 수면에서 20~30cm 정도 솟아 올라 잎이 펼쳐지며 세력이 약할 때는 잎이 수면위에 떠 있다.

잎과 마찬가지로 꽃대가 물위로 잎의 높이까지 올라온다.

꽃의 지름이 15cm이상 된다.

꽃은 홑겹이며 씨방이 뚜렷하다.

잎과 마찬가지로 수면 부근에서 꽃이 피며 크기가 10cm 내외이며 대부분 겹꽃이다.

꽃 중앙에 씨방이 없습니다. 열대산 수련은 빛깔을 화려하나 홑꽃이 많고 잎에 무늬가 있다.

뿌리

일년생 뿌리로서, 길이 20cm 이상의 마디 속에 구멍(공간)이 있고 여러 개의 마디로 붙어 뻗어 있다.

그대로 두면 이듬해 봄에 새싹이 자랄 때 양분으로 쓰인다.

다년생 뿌리로서, 몇 해가 지나도 뿌리가 계속 남아있고 점점 굵어지며 마디의 간격이 연뿌리에 비하여 짧고 작다.

 

 

개화 시기

6월 중순이후 부터 9월 중순까지

5월 말부터 9월 말까지

 

 

 

공기 3 / 채호기

 

눈은 수련에게만 닿지.

수련에게로 쏠리는 시선

너의 몸을 투과하여 수련에 닿지.

네가 끌어당기고 있는 그 시선.

 

너는 수련을 견디고 있어.

한낮, 말없는 너.

수련 주위에 떠도는 너.

네에게 한없이 잠기는 수련.

 

수련 꽃잎의 테두리가 너를 끌어당기고

수련을 둘러싸고 있는 네가 흰 꽃잎을 끌어당기고

아, 이 탱탱한 탄력!
한여름 정오의 긴장감!

 

이 시간을

수련의 깊은 그늘이라고 해야 할까?

너의 심연이라고 해야 할까?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를 섞지 않는데,
 푸른 물 위에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 

 

 

수 련


내가 '수련'하고 외치면
수련, 너는 듣느냐? 들리느냐?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증명해줄 것인가
내가 너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저 떨리는 물과 보이지 않는 공기와
공기를 뚫고 지나 떨리는 물에 가 닿아 폭발하는 햇빛
들은 아는가? 나의 외침이
수련, 너를 부르는 소리라는 것을

나의 외침은 네가 들음으로써 완성되는 것
내가 말을 입 밖으로 토해내는 순간
그것은 공기 중에 흩어져 사라져버린다.
수련,네가 그것을 들을 수 없으니까
그것은 더 이상 말이 아니다.
방긋거리는 물고기 입만 볼 수 있을 뿐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없는 것처럼

그 여름날, 내가 너를 처음 본 순간
깨달았어야 했다. 너를 사랑하기 전에.
나는 흙을 딛고 서 있고
수련, 너는 물을 딛고 서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너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나를 숨쉬지 못하게 하고
아름다움을 부르는 외침도 멎어 여름날의
물과 공기의 정적 속에 모든 것은 정지되고 말 것이니
한가운데서 내 숨은 꺼져갈지도 모른다.

수련, 너를 사랑하는 나의 간절한 외침이
식물의 고요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린다면
불러 깨어나게 할 것인가? 

   

 나는 너를 부르는 간절한 힘으로
너를 쓴다. 내 말을 네가 듣지 못하는 것처럼
검은 글자들은 너를 표현해내지 못할 것이니
'수련'이라고 쓴다고
어느 누가 너의 아름다움을 읽겠느냐.

그 여름날, 네가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너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네 말을 받아 적으려 했지만
글자로는 불가능하여 그 하얀 목소리를
바라보기만 했었다.

너의 가느다란 녹색 줄기에서
어떻게 그토록 아름다운 목청이 쏟아지는지
수양버들은 하염없이 네게로
축축 늘어지기만 했고
햇빛은 소리에 닿는 순간 뜨겁게 타올랐다.
공기는 그 소리에 흥건히 젖어
돌아다니며 모든 다른 사물들을 애무했으니

그 화려한 흥분의 현장에서
나는 돌보다 더 무겁게 가라앉고
증발하는 물보다 더 가볍게 떠올랐다

 

 

 

 

'수련'은 백지에 가로 세로 그은 흔적.
상처에선 피도 흐르지 않고
잉크는 금방 말라붙어 종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튀어나온 날카로운 끝이 매끈한 표면을 긁는 자국처럼
'수련'은 건조한 종이에 바짝 말라붙어 있는 셈이다.
종이 밑으론 물이 흐르지도 않고
책상의 딱딱한 면이 떠받치고 있을 뿐이다.
종이를 들고 봐도 종이 뒷면에 투영되는
상처 같은 검은 '련수'의 흔적.

'수련'은 어긋나는 작은 직선들의 건조함 검은 흔적.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당신이 그걸 볼 때 그것은 끊임없이
고정된 채 그치지 않고 그곳에 있다.
종이와 검은 흔적은 서로 여태껏 아무런
교신이 없다. 그것은 가볍게 마른 채
하얀 종이에 머물러 있다. 그저 건조하게 있을 뿐이다.

당신이 그걸 읽는 순간 놀랍게도
그것은 연못 위에 하얗게 피어 있다.
여름날의 햇빛에 벗은 피부를 노출한 채
기름처럼 부드럽게 빛나는 검푸른 물에 나긋나긋한 알몸을 담그고
깨진 태양처럼 눈을 찔러오는 흰 수련의 무리들.
풍만한 수양버들의 머리카락처럼 흘러내리는 기름진 그늘이
연못의 한쪽을 축축하게 적시는 넉넉한 오후.
수련의 한 무리는 그 그늘에 젖어 평화롭게 일렁이고
한 무리는 조용한 물속에 드러누워
젖꼭지처럼 붉어져오는 꽃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가린 채
물 위로 대담하게 젖은 젖가슴을 내민다.

투명하도록 얇은 피부 밑으로 터져 흐를 듯
물기를 흠뻑 머금은 하얀 수련.
그러나 수련은 여기 없다. 이 백지에

건조한 검은 흔적만이 끈질기게 있을 뿐
당신은 '수련'이란 언어를 타고
건조한 검은 흔적과 젖은 흰 수련 사이를
메아리처럼 방황하는 중이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있는가? 

 

 


너무나 분명해서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수련, 너를 백지 위에 옮기려면
너를 죽여야만 한다.

너를 내 시선의 밝은 빛 속에
아름답게 가둘 수 있는 것은
겨우 사흘뿐-세 번의 밤에
세 번 꽃봉오리를 닫는 순간
너는 사라지고 말 것이기에

백지 위 '수련'이란 글자로부터
너는 영원히 살아날 것이다.

그게 너냐? 백지 위에 핀 글자!
그러나, 지금 눈앞의 흰 수련
바람과 햇빛과 물의 살결 위에
부드러운 손처럼 놓인 흰 수련
그게 너냐? 수련!

수련, 너는 햇빛 가운데서 글자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나는 너의 흰 꽃잎들이 푸른 물 위로 한없이 추락하는
그 순간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한여름-계절의 한창 때,
한낮의 꽃인 수련이여!
꿈이 베일처럼 너의 나체를 가리고 있는
수련이여!

너를 갖기 위해선
글자의 무덤을 파헤쳐야 한다.
/채호기

 

 

 

 <수련>을 통해서 보는 모네의 회화기법

*작가 : Claude Monet(1840~1926)  

*주제 : 1890년, 노년의 모네는 지베르니에 머물면서 노년기의 예술혼을 불태운다.

이때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30여 년 동안 모네가 그렸던 주제는 연못 위에 피어 있는

‘수련'이었다.

*작가의 의도 :  모네가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수련에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하나의 주제를 그리기 위해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시간의 움직임을 붙잡아 두고 싶

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빛과 색채를 그대로 그리고 싶어했고, 그것을 위해서

모네는 오랜 시간 동안 수련을 관찰하며 연작을 그렸던 것이다.

 


모네는

참으로 주의깊고 세심한 아름다운 사람이였을꺼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수련과 수면의 빛.

구름이 흘리며 지나가는 그림자와 빛나는 태양 찰라마다 바뀌는 빛을 어떻게 연작으로 하지않을 수 있을까.

여기가 어디일까?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20번 (Piano - Yukio Yokoy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