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뜰

털보나그네 2008. 5. 21. 13:17

산 -- 고은


  산기슭에 태어나서
  나도 산이었다
  산과 사람이 하나인 시절
  어린아이 깔깔대며
  나도 산이었다
  젊은 날 산에 들어가
  내 마음 가득히
  산 소나기에 젖어
  겨울이 오면 겨우살이 싱싱하여라
  나도 산이었다
  신새벽 어두움속이어도
  날 저물어
  온통 산이 어둠속에이어도
  나에게는 그리운 것이 다 보였다
  아주 환히 먼 데까지
  그러다가 산을 떠나서
  파도소리 어느 바다였던가
  여기저기 뛰돌다가
  불현듯 고개들어
  바라보면 거기가 산이었다
  산이 말한다 그 푸른 눈매 지워
  오고 싶거든 어서 오라
  태어난 산이거든
  그것이 돌아갈 산이므로
  다시 나는 산이었다.
  언제나 변함없는 그자리
    
 

♬ 아름다운 강산 (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