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뜰

뒤에서 바람 부니 / 백무산

털보나그네 2023. 12. 2. 14:53

뒤에서 바람 부니

 

여자의 젖가슴에 안겨
철든 아이처럼 태연스레
뻐끔뻐끔 주위를 둘러보는 저 개는
지가 개가 아닌 줄 아는 모양이다

말귀 다 알아듣고
침실에 발랑 누워 주인 집 아이에게 질투도 하고
거실에서 콩당콩당 뛰고 뒹구는 저 개는
지가 개가 아닌 줄 아는 모양이다

손님 찾아가면 슬금슬금 꼬리를 감추더니
주인 나오면 극성으로 짖어대고
주인이 말리면 더 큰 용맹 발휘하여
물려고 덤벼드는 저 개는
지가 개가 아닌 줄 아는 모양이다

개에게는 저 짓이 생존의 방식이라지만
개는 자신이 개임을 부정해야 개밥 먹을 수 있다지만

이런 인간들이 도처에서 콩당콩당 뛰고 있다
주인 나왔겠다 충직하게
아무렇게나 용맹스럽게 짖어댄들 어떠리
뒤에서 바람 부니 아무렇게나 어떠리

 

 백무산

 

齊景公問政於孔子. 孔子對曰 “君君, 臣臣, 父父, 子子.”
(제경공문정어공자. 공자대왈 “군군, 신신, 부부, 자자.”)

오랜만에 공자님 말씀을 인용해보니 많이 생소합니다. 제경공이 공자에게 정사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시길, “임금은 임금 노릇 하고, 신하는 신하 노릇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 노릇 하고, 자식은 자식 노릇 하는 것입니다.” 라고 답합니다.

임금은 임금답게 나라와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신하는 신하답게 올바른 정책을 내놓으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모범을 보이고, 아들은 아들로서 책임을 다한다면 나라가 어찌 안정되지 않을까요.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신화는 들어봤지만, 개나 고양이가 마늘과 쑥을 먹거나 수양을 많이 해서 사람이 되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개는 개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사는 것이 세상 이치고 각자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나 고양이를 자식처럼 귀하게 키우는 것은 좋지만, 개 자식을 둔, 개 부모는 되지 않으리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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