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야기

약식 LSD(2014.01.11.)

털보나그네 2014. 1. 11. 15:01



Je Pense A Toi (내 가슴에 그대를 담고)

 

 

 

약식 LSD

 

 

 

 

2014.01.11.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뒤척이다 겨우 일어난 시간이 7시30분.

맑은 콧물이 흘러내린다.

그래도 운동복을 입고 나왔다, 편함의 유혹을 떨처버려야한다.

차키도 안갖고 나왔다.버스를 타고 가거나 걸어서 갈 생각이다.

마침 유일하게 인천대공원을 지나가는 버스 22번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인천대동원까지 갔다.

기온이 차서 나무에 하얀 서리가 앉았다.

 

대공원 한바퀴(6Km)를 뛰고나니 몸이 무거워 땀이 범벅이 되었다.

잠시 허기진 배를 채우기위해 파이하나 먹고 땀을 식혔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하얀 꽃이 없어지지 않는걸 보면 여전히 기온이 차단 증거다.

다시 뛸 준비를 하고 갈때까지 가보자 출발해 본다.

장수천으로 빠졌다, 천변길은 새소리가 요란하다.

겨울새들이 무리를 지어 쏘다니며 먹이사냥에 분주하다.

오랜만에 이 길를 뛰여본다.

이 길를 열심히 달렸던 홍재범씨가 문득 떠 오른다.

지금도 살아 있다면 어쩌면 마주쳤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마추치기도 했으니까...

쥐똥나무에 매달린 새가 요란하게 식구들를 불러 모은다.

이깔나무가 푸른잎을 자랑하며 늠늠히 서 있다.

 

소래습지생태공원 북문을 통과하고 쭉 뻗은 황토길를 달린다.

제법 커진 해송들이 바람을 막아준다.

아직도 풀들이 하얀 서리를 백발노인처럼 쓰고 앉아 있다.

 

전망대까지 어림잡아 7km정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나머지 간식들를 먹어치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다.

이제 집을 향해 뛰여가자.

 

청룡낚시터를 지나면서 인천지하철 공사현장을 보니 길이 뚤린듯 하여 호기심에 그곳으로 가 보았다.

아직 마무리가 안되었고 건설과 공무원인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민원이 어쩌구..계획이 어쩌구...주민과 개발에 얼낀 문제를 상의하나보다...

신천과 운연천이 합수하는 지점에서 망설이다가 직진하여 신천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12시다.

 

 

 

 

장수천.

 

 

 

 

 

 

 

 

 

 

 

 

 

 

 

 

해당화열매

 

 

 

참새들은 눈치가 빨라서 인기척 소리에 금방 알아차리고 도망가 버린다.

 

먼지를 뒤집어 쓴 쥐똥나무열매.

 

 

 

 

 

 

 

만발한 꽃은 시들고
청춘은 늙음에 굴복하듯이
인생의 각 계단도 지혜도 덕도 모두
그 때마다 꽃이 필 뿐 영속은 허용되지 않는다.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용감하게 그러나 슬퍼하지 말고
새로운 단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만 한다.
무릇 생의 단계의 시초에는
우리를 지켜주고 살아가게하는 마력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이어지는 생의 공간을 명랑하게 지나가야 하나니
어느 곳에도 고향같이 집착해서는 안되며,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계단씩 높이고 넓히려 한다.
우리가 어떤 생활권에 뿌리를 내리고
마음 편히 살게 되면 무기력해지기 쉽나니,
새로운 출발과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자만이
우리를 마비시키는 습관에서 벗어나리라.

아마 임종의 시간마저도
우리를 새 공간으로 젊게 보낼지 모르나니
우리를 부르는 삶의 소리는 멈춤이 없으리...
자, 마음이여 이별을 고하고 건강하거라.

 

 생의 계단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