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뜰

화광동진 (和光同塵)

털보나그네 2014. 2. 22. 08:56

 

 

Michael Hoppe / Some Other Time(또 다른 나날)

 

 

和光同塵

 

빛을 감추고 티끌 속에 섞여 있다는 뜻으로, 자기의 뛰어난 지덕을 나타내지 않고 세속을 따름을 이르는 말

 

 

 

 

화광동진()이란 《노자()》에 나오는 구절로,

자기의 지혜와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인과 어울려 지내면서 참된 자아를 보여준다는 뜻이다.

 다음은 《노자》 제56장에 나오는 말이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그 앎에 대하여 말하지 않으니, 앎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진정 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진정한 앎이 있는 사람은 그 이목구비를 틀어막고, 지혜의 문을 닫으며, 지혜의 날카로움을 꺾고, 지혜 때문에 일어나는 혼란을 풀고,

지혜의 빛을 늦추고, 그리고 속세의 티끌과 하나가 되니, 이것을 현동()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현동의 사람에 대하여는 친해질 수도 없고, 멀어질 수도 없으며, 이득을 줄 수도 해를 줄 수도 없고,

귀하게 할 수도 천하게 할 수도 없으니, 천하에 가장 귀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화광동진이란 말이 비롯되었으며,

"도()는 언제나 무위()하면서도 무위함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노자의 도가사상()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화광동진'과 '현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한낯에 창문으로 햇볕이 한가득 내리쬐일때, 그 창문 앞에는 헤아일 수 없는 티끌이 있음을 알아 챌 수 있다.

빛이 지나치게 밝으면 먼지가 너무 잘 보여 불편할 수 밖에 없고, 빛이 전혀 없다면 사물을 분간하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부드러운 빛이라면 실내를 밝게 비추며 어느정도의 먼지도 가려준다.

이것이 비로 '빛과 먼지가 하나가 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조직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활동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빛을 줄인다는 것은 곧 타인과 하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경력,자신의 생각,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내세우기 시작하면 조직은 하나로 뭉치지 못한다.

그러나 나의 빛을  줄이면 조직과 함께 할 수 있다.

이는 그저 조직에 순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스스로를 부드러운 빛으로 만들어 조직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라는 이야기다.

뿐만아니라 화광동진에는 조직이 아닌 일반적인 인간관계의 미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이는 바로 <<노자>>56장의 뒷부분에서 드러난다.

"친해질 수도 없고 멀어지지도 않는, 이롭지도 해롭지도 않는, 귀하지도 천하지도 않은, 그러므로 천하에서 귀한 것이 된다"

이 문구는 관계의 역설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친해지는 것이 멀어지는 것보다 좋은 것이고, 이로운 것이 해로운 것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자는 실제로는 '중간 단계'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친해지다 보면 싸울 수 있으니 그것보다는 차라리 좀 먼 것이 나을 수 있고, 이롭다가도 언젠가는 그 이로움을 미끼로 배신 할 수 있으니 차라리 거리를 두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 역시 '관계의 빛을 줄이는 일'로 가능하다.

뭔가 조금은 부족한 듯 생각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가장'적당한 것'이 가장 '훌륭한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고집을 내려놓고, 일보 뒤로 물러나면,  (放一着退一步 : 방일착퇴일보)
하는 일마다 마음이 편할 것이다.  (當下心安 :당하심안) 

이렇게 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이 올 것이다.'(非圖後來福報也 : 비도후래복보야) 라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