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 현악 4중주 제14번 ' 죽음과 소녀' d단조 D.810 제2악장 뭉크가 그린 동명의 그림 '죽음과 소녀' 1517년에 그려진 한스 발둥 그린의 [죽음과 소녀].
Performer
Lawrence Dutton, Viola
David Finckel, violonCello
Philip Setzer, Violin
Eugene Drucker, Violin
슈베르트가 친구인 레오폴드 쿠펠바이저에게 보내는 편지에 썼듯이, 그는 깊은 자기연민과 우울에 빠져 있었다. “나는 내 자신의 불안한 운명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속한 세계는 더없이 비극적인 색채로 물들어 있죠.” 그의 또 다른 편지에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마치 죽는다는 것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라고들 말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장엄한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들의 인생이라는 것도 아주 초라해 보입니다. 그럴 때, 과연 우리들이 그토록 죽음을 두려워 해야만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자연이 가진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것에 비춰보면 지상에서의 삶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요?”
요컨대 슈베르트의 삶에서 죽음의 그림자는 삶의 이면으로서 지속적으로 작곡가를 자극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슈베르트가 낭만주의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세의 부정과 먼 곳에의 동경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이름 없는 작곡가로서 평생 동안 제대로 된 피아노(잠시 그라프 피아노를 소유했었지만)를 가지지 못했고, 쉽게 상처받는 성격의 소유자였던 슈베르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낼 수 없었다. “매일 밤 침대에서 잠들 때마다 다음날에 눈을 뜰 수 없었다면 좋겠다”고 말했던 슈베르트는 자신의 인생이 비극적 색채로 점철되었다고 생각했다. 그 힘든 삶 속에서 작곡가는 자신의 말처럼 “매일 아침 몇 시간 동안 작곡을 했으며, 한 곡을 끝내자마자 곧 다른 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이토록 빠른 속도로 작곡한 사람은 모차르트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는 완성하는 데 2년이나 걸렸다. 그만큼 이 작품은 슈베르트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으며, 그의 어두운 정신과 삶을 반영한 음악적 자서전에 가깝다.
죽음이 주는 유혹과 안락함을 의미하는 음악
죽음의 유혹을 담고 있는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는 작곡된 바로 그 해에 비공개로 연주되었다. 당시 제1바이올린을 연주했던 바이올리니스트(독일의 작곡가이자 슈베르트와 친밀한 사이였던 프란츠 라흐너로 추정)가 슈베르트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했다고 한다. “나의 친구여, 솔직히 말하자면 이 음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냥 이 작품을 잊고서 가곡에 계속 매달리기 바란다.” 아마도 슈베르트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순식간에 어둠으로 물드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구스타프 말러가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했을 만큼 이 어두운 작품은 19세기 후반의 낭만주의 음악가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을 제공했다. 슈베르트의 묘비에는 “음악이라는 예술이 여기 그 풍성한 재능으로, 그러나 그보다 더 큰 희망으로 묻혀 있다.”라는 문구가 써 있다. 묘비명에 적혀있는 ‘희망’이 의미하듯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흔들렸던 슈베르트는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를 통해서 천국의 에필로그로 그 자신을 인도하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글 김효진 / 월간 <라 뮤지카> 편집장 )
에곤 쉴레의 [죽음과 소녀] 1915~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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