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이야기-한로(2013.10.08.)
01. Chris Spheeris Eros & Juliette (Raining Version)
02. Djelem - Pole Dorogi
03. Enrique chia - Para Elisa
04. Kenny Wen - Adagio
05. Praha - Wait For Long
06. Yasuharu Nakanishi - Endless Rain
07. 이루마 - Kiss the Rain
08. Giovanni marradi - Anniversary song
09. Gheorghe Zamfir - Pluie D'Ete(여름 비)
10. Utada Hikaru - Flying To The Moon(떠난 날을 위한 엘레지)
11. T.S.Nam - L`orphelin (고아)
12. Richard Clayderman - Wild Flower
13. Sergei Trofanov - La Boheme
14. Giovanni Marradi - Yesterday
15. Daveed - Alone 16. Belle - Sergei Trofanov
절기이야기-한로
2013.10.08.
24절기 가운데 17번째 절기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라는 뜻의 절기. 한로(寒露)는 양력 10월 8~9일 무렵이 입기일(入氣日)이며 태양이 황경 195도의 위치에 올 때이다. 음력으로는 9월의 절기로서 공기가 차츰 선선해짐에 따라 이슬(한로)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이다.
중국 사람들은 한로 15일 간을 5일씩 끊어서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모여들고, 중후(中候)에는 참새가 줄고 조개가 나오며, 말후(末候)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하였다.
『고려사(高麗史)』 권50 「지(志)」4 역(曆) 선명력(宣明曆) 상(上)2의 한로 관련 기록을 보면 “한로는 9월의 절기이다. 괘(卦)는 태(兌) 구삼(九三)이다. 초후에 기러기가 와서 머문다. 차후에 참새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말후에 국화꽃이 누렇게 핀다(寒露 九月節 兌九三 鴻鴈來賓 雀入大水化爲蛤 菊有黃華).”라고 하여 중국의 기록과 비슷하다.
한로 즈음은 찬이슬이 맺힐 시기여서 기온이 더 내려가기 전에 추수를 끝내야 하므로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인 때이다. 한편 여름철의 꽃보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짙어지고, 제비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이다.
한로는 중양절과 비슷한 시기에 드는 때가 많으므로 중양절 풍속인 머리에 수유(茱萸)를 꽂거나, 높은 데 올라가 고향을 바라본다든지 하는 내용이 한시(漢詩)에 자주 나타난다. 높은 산에 올라가 머리에 수유를 꽂으면 잡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는 수유열매가 붉은 자줏빛인데 붉은색은 양(陽)색으로 벽사력(辟邪力)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로와 상강(霜降) 무렵에 서민들은 시식(時食)으로 추어탕(鰍魚湯)을 즐겼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미꾸라지가 양기(陽氣)를 돋우는 데 좋다고 하였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 한 듯하다.
전통 농경사회에서 자연 현상에 의한 기후의 변화는 매년 농사에 매우 중요했으며 정확해야 했다. 그래서 태양력을 이용한 이른바 24절기가 활용되었다. 음력이 윤달을 두어서 한 달씩 날짜가 밀릴 수 있다는 점에 비해, 24절기는 계절의 추이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농민으로서 이것을 아는 것을 “철을 안다”고 했고 “철을 안다”든가 “철이 났다”든가 하는 말은 소년이 성인이 되고, 또한 성숙한 농군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렇게 24절기를 많이 사용하였던 우리의 재래 역법은 순수한 음력이 아니라 이른바 태음태양력이다. 한로는 입추(立秋), 처서(處暑), 백로(白露), 추분(秋分), 상강과 함께 가을 절기에 해당되며, 세시명절이라기보다는 다만 기후의 변화를 읽는 절기로 유용했다.
참고문헌
高麗史, 本草綱目
한국세시풍속자료집성-삼국·고려시대 편 (국립민속박물관, 2003)
자고 나면 찬 기운이 내려와 어느새 무서리가 살짝 내리니 찬이슬 한로다. 무서리 세 번에 된서리 온단다. 들깨 고구마 같은 여름작물은 무서리만 와도 홀딱 삶은 듯 시들어 버리고 만다. 그러니 봄에 뻐꾹새 울음소리가 일손을 재촉하듯, 가을이 되면 무서리가 일손을 재촉한다. 산비탈에 핀 구절초 꽃이 하나둘 시들어가고 양지바른 곳에 산국이 노랗고 조그맣고 노란 꽃봉오리 터트리고, 길가에 쑥부쟁이 보라 꽃 무리지어 흔들린다.
아직도 논에 서 있는 벼는 베어지기 기다리다 목이 꺾일 지경이고, 밭에 서 있는 콩팥은 바람에도 꼬투리가 벌어진다. 부지런히 나락 베어 털고, 콩나물콩, 메주콩, 팥을 베어 도리깨로 털고. 그것들을 다시 해에 말리며 바람 불 때 잡것을 날려 보내고 알곡을 추려야 한다. 들판 여기저기서 일손을 재촉한다.
가을걷이가 아니라도 이맘때는 집안에 있지 못하겠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스하고 곳곳에 일거리는 널려 있고.
꺾고, 고구마대·둘깻잎 따고 대추 밤 줍는 일부터 비 오면 비설거지에 짐승 돌보기……. 그도 아니면 산길을 걸으며 산천을 구경하다가 참나무 밑을 지나다 도토리를 줍고, 밤나무 밑을 찾아가 밤을 줍는다.
가을걷이가 바빠도 틈틈이 겨울농사도 해야 한다. 한로에서 상강까지 가을 파종이 제때다. 이 때 심어야 겨울이 오기 전에 뿌리를 내려 추위를 이긴다. 밀·보리 심을 곳은 미리 넉넉히 거름하여 밭 장만한 뒤 심고, 씨마늘도 하나하나 골라 마늘밭에 놓아야 한다. 하지에 캔 마늘을 가져다가 한 쪽 한 쪽 가르며 씨마늘을 고른다.
마늘은 밭을 가린다는데, 우리가 부치는 밭에는 전에부터 마늘을 해 오던 밭이 없었다. 그래도 마늘을 먹기는 해야겠기에 땅힘이 좋은 밭에 마늘을 심었다. 그런데 정말 씨도 못 건지기를 3년. 굵은 마늘을 심으면 그것보다 잔 마늘이 나오는 기분이었다. 마늘 뒷그루로 좋다는 팥을 심고 다시 마늘 심기를 연이어 하다 보니 뭐가 달라졌는지 어느새 마늘이 제법 나오기 시작했다.
마늘을 심고는 그 위에 두둑이 이불을 덮어 준다. 논에 볏짚을 썰어 넣지 않는 해는 손쉽게 볏짚을 덮어 준다. 볏짚이 넉넉지 못한 해에는 산에서 솔가리나 검불을 끌어다가 덮기도 하는데, 올해는 억새를 두둑이 덮어 주었다. 그리고 왕겨도 솔솔 뿌려 준다.
우리 동네에 맞는 씨마늘은 한지형 마늘이다. 이 한지형 마늘은 겨울을 나고 봄에 싹이 올라온다. 그러니 마늘을 심고 이렇게 검불로 이불을 두둑이 덮어 주면 겨우내 마늘을 보호하고 이 검불이 시나브로 삭으며 이듬해 거름이 되어 땅을 살린다. 가을걷이에 겨울농사까지 바쁘게 돌아가지만, 무서리 다가오니 그 전에 반찬거리도 갈무리해야 한다. 들깻잎 따서 저장하고, 고구마대·토란대 손질하여 말리고, 애호박·가지는 썰어서 말린다. 고추밭에 가서 잎 따고, 독 오른 풋고추 따고, 애기고추 따서 저장한다. 심은 대로 거둬들여 널어 말리고 처마 밑에 매다니, 가을마당은 여러 번 옷을 갈아입는다.
아침 일찍 산에 가고, 낮에는 들일하고, 밤에는 감 깎고, 나물 다듬고 낮밤 없이 흘러가는데, 무서리 내린 뒤라 불을 때야 잠을 자지. 이맘때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땔감을 넉넉히 마련해두었더니 땔감이 아직 남아 있어 다행이다.
올해는 때아닌 태풍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