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수수꽃다리(미스김라일락)

털보나그네 2011. 6. 12. 11:01

 

 

 

수수꽃다리(미스김라일락)

 

 

 

 

미스김라일락의 슬픈 사연

지난 토요일(2011.6.11),축령산에 갔다가 바위밑에 피여있는 꽃나무를 보고 무슨꽃일까 궁금했는데 정상에 올라가니 그곳에도 그 꽃이 피여있어 자세히 보니 라일락은 라일락인데 약간은 달랐다.

그래서 그냥 야생라일락과 재배종 라일락의 차이겠지 했는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고 조금 놀랬다.

 

때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된 뒤 2년 후인 1947년.

미국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로 서울에서 근무하던 '미더'라는 사람은 어느 날 서울 근교 북한산 백운대(해발 892m)를 등산하던 중 바위틈에 홀로 서 있던 이름 모를 나무에 주목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세찬 비바람 속에서도 날아가지 않고 남아 있는 종자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종자들을 정성껏 채취,미국으로 가져가서 자신의 집 정원에 심었다.

마치 '미국판 문익점'처럼….이듬해 봄이 되자 12개의 종자 가운데 7개에서 성공적으로 싹이 텄다.

2그루에서는 아름다운 꽃까지 피어났다.

'정향나무'혹은'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란 원래 이름을 몰랐던 미더는 꽃나무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오랫 동안 고민했다.

결국 "일반 라일락보다 키는 작지만 아름다운 점"에 착상,한국 근무 당시 자신을 도와 주던 타자수 아가씨의 성(姓)을 따서 '미스김라일락'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 후 미국의 화훼전문업체에서 개량,관상수로 보급하면서 꽃나무 이름은 미더가 붙인 그대로 사용했다.

미국과 영국 화훼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미스김라일락은 70년대에 우리나라에도 역수입돼 요즘엔 조경수로 보급되고 있다.

 

미스김라일락은 일반 라일락종보다 묘목값이 2배 이상 비싼 데도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래서 대다수 묘목상에선 요즘 나무심기 철을 맞아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다.

이름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향기가 진하고 자라면서 꽃 색깔이 바뀌는 등 여러 장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슬퍼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숨어 있었다.


 ‘수수꽃다리’란 이름은 꽃봉오리가 수수를 닮고 여자들이 머리숱을 많이 보이게 하기위해 덧 넣던 가발처럼 길게 늘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황해도, 평안도 등지의 석회암 지대에서 자라는 특산 식물이다.

지난 토요일날 축령산에서 본 수수꽃다리.


 

진한 보라색인 미스김라일락의 꽃봉우리(왼쪽)와 완전히 핀 미스김라일락 꽃. 완전히 피면 봉우리 때와 달리 흰색에 가깝다.

 

 

1980년대에는 미국국립식물원의 베리잉거박사가 이끄는 한 무리의 식물학자들이 추위에 강한 식물종자를 찾기 위해서 한국을 건너와 그들은 흑산도, 홍도 등의 섬을 돌아다니며 동백나무, 단풍나무 등의 종자를 채취해갔는데, 그 중 홍도비비추로 불리는 옥잠화도 있었다.

이후 옥잠화는 한국산이라는 사실이 철저히 가려진 채 잉거 박사의 이름을 딴 '잉거비비추'라는 낯선 미국산 식물로 둔갑하였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같은 나라가 한국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을 반출해 간 것은 오래전부터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개체수의 토종 식물이 외국으로 빠져나가 새로운 품종으로 개발되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 등의 다른 산업적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는 지금 소리 없는 종자전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각국이 식물 유전자원의 확보 및 신품종, 신기술 개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야생식물들이 외국에 나가 개량돼 역수입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원통하다.

우리나라 자생 식물이 일본과 미국 등 외국으로 유출됐는데도 그런 사실 조차 모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역수입돼 들어오는 개량종에 비싼 로열티를 주고 사들이고 있으니 한심하기만 하다.

우리땅에 자라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우리가 잘 보호해야 하며, 우리가 우리 후손들에게 물러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인 것이다.

 

 

 

전수연--Smile Smile Smile